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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학에 다큐/만화..IPTV공부방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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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층으로 벽돌을 쌓았어요. 이 아래 숨겨진 쌓기 나무는 모두 몇 개일까?”
선생님 질문과 동시에 일시 정지된 50인치 LCD TV화면을 심각한 표정으로 응시하던 아이들이 이내 배시시 웃으며 저마다 답이라고 생각하는 숫자를 외친다.
“5개요!”
“아니야~ 7개죠?”
친근하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수학 수업을 진행 중인 선생님은 인근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정유진 씨. 지난 2월18일 서울 관악구 봉천 10동 지역아동센터 ‘희망신나는집’에 문을 연 IPTV 공부방 1호점에서 ‘수학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정 씨는 “언뜻 인터넷 강의와 비슷해 보이지만 영상으로 강의 콘텐츠를 보여준 뒤 멘토 선생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에게는 더 의미가 있다”고 IPTV 수업의 효용을 설명했다.
인근 서울대·숭실대 대학생 3명이 영어·수학 ‘멘토’ 교사
희망신나는집에서는 현재 정 씨를 비롯해 성연주(서울대 작곡과), 정광윤(숭실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씨 등 총 3명의 교사가 초등학생부터 중·고등부까지 약 4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IPTV를 활용해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다. 이들은 사업 주체인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가 일정 심사를 거쳐 선발한 IPTV 공부방 ‘멘토’ 선생님들이다.
초등 3~4학년 영어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성 씨는 “시스템 작동이 안 돼 구두로만 수업하던 날이 있었는데 TV화면이 있을 때랑 아이들 집중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더라”며 “열심히 수업을 듣는 날은 10분 가량 재밌는 만화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희망신나는집 IPTV공부방에서 영어·수학 멘토 교사로 활동 중인 성연주(왼쪽) 씨와 정유진 씨
성 씨는 “‘고고 타임 걸(GoGo time girl)’이란 상황극 콘텐츠의 경우 아이들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라면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등장해 치과나 수퍼마켓 등에 갔을 때 하는 인사말을 영어로 공부하는 프로그램인데, 애들이 신이 나서 따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낙 콘텐츠 내용이 방대해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초등학교 3·4학년 용’으로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선별하는 작업이 어렵다는 점이 성 씨의 고민. 인터넷 속도가 느려 콘텐츠 다운에 상당 시간이 소비되는 점도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성 씨는 “한 아이는 부모님께서 ‘저녁시간에 나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는데도 영어수업 재미있어서 나왔다고 하더라”며 “뿌듯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공부방 운영진이나 아이들에게 멘토 선생님 만족도는 높다. IPTV 공부방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장남수 전도사는 “이번에 멘토로 파견된 교사분들은 열의가 대단할 뿐 아니라 수업도 탁월하게 진행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학습의욕 있는 청소년에겐 큰 도움…초등생에겐 문화콘텐츠로도 활용돼야
장 전도사는 IPTV를 ‘양날의 검’에 비유했다. IPTV가 다양한 미덕을 지닌 ‘디지털 학습 도우미’임엔 분명하지만, 초등학생에겐 자칫 ‘또 다른 공부기계’로 인식될 수 있는만큼 학습 외 용도로도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
장 전도사는 “학습 의지나 욕구가 있는 중·고등학생에게 IPTV의 학습 콘텐츠는 분명 약이 된다”면서 “지역아동센터 입소 아이들 대부분이 차상위계층이나 한 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등 자녀들로 개인과외나 사설학원에 다닐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등생들에게도 IPTV가 학습용 기기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이들에게나, 좋은 취지로 제도를 시행한 주최측에나 ‘손해’라는 게 장 전도사를 비롯한 희망신나는집 식구들 생각이다.
“얼마 전 초등생 아이들과 함께 ‘창공의 포식자들’이란 동물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는데 전 그날 좀 피곤해서 얼마 안 돼 졸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40분짜리 영상을 끝까지 집중해서 보더라고요. 끝나고 나서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질문도 하고요.”
만화, 영화, 게임, 노래방 기능까지 제공하는 IPTV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 EQ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 전도사는 “IPTV는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읽듯 다양한 콘텐츠를 빼서 활용하는 시청각 자료가 돼야 한다”면서 “IPTV 공부방의 양적 증설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각 대상에 맞게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그 ‘질적 효과’가 2호점 개설에 앞서 정부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측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1호 IPTV 공부방은 지난 2월18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역아동센터 ‘희망신나는집’에 문을 열었다.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사업자 3사가 제공한 IPTV가 2~4층에 각각 설치돼 있다.
초등학생 20여 명, 중·고등부 청소년 20여 명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9시 IPTV 영어·수학 프로그램으로 공부하고 있다.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약자.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 서비스, 동영상 콘텐츠 및 방송 등을 텔레비전 수상기로 제공하는 양방향 서비스를 말한다. 시청자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인터넷TV와 다른 점은 컴퓨터 모니터 대신 텔레비전 수상기를 이용하고, 마우스 대신 리모콘을 사용한다는 점.
IPTV는 텔레비전 수상기와 셋톱박스, 인터넷 회선만 연결돼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리모콘을 이용해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은 물론 영화 감상, 홈쇼핑, 홈뱅킹, 온라인 게임, MP3 등 인터넷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 및 부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방통위·교과부, IPTV 공부방 연내 10곳 마련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 1만여 곳서 IPTV 방과후수업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IPTV 공부방’을 올해 10개 마련하고 IPTV 설치 및 셋톱박스, HDTV, 서비스 이용료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IPTV 공부방’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IPTV 콘텐츠를 지역 아동과 청소년에게 제공함으로써 교육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올 연말까지 시범사업 후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내년부터는 전국 초·중·고 1만여 곳에서 IPTV를 이용한 방과 후 학교 수업도 들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인터넷과 TV를 융합해 양방향 또는 일대일 학습에 효과적인 IPTV의 장점을 살려 가정이나 학교에서 개인별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450억원을 투자해 전국 1만 1318개 학교 24만여 개 교실의 인터넷 망을 50Mbps 이상으로 고도화하고 내년 1학기부터 IPTV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IPTV를 통해 개인별 수준에 맞춰 학습할 수 있고 우수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방과 후 학교 수업이나 소외 계층·지역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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