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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급증세, 케이블은 내리막길 (조선일보,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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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kodima   조회수 : 21,971회   작성일 : 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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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급증세, 케이블은 내리막길


[업계 진단] 케이블 가입자 1500만명
시장 포화… 경쟁력 잃어… 인터넷·전화 묶은 공세로 IPTV는 200만 돌파 눈앞


지난 10년간 거침없이 가입자를 늘려온 케이블TV의 성장 신화(神話)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는 작년 말 현재 1529만명으로 작년 9월(1536만명)보다 오히려 7만명이 줄었다. 2000년 이후 가입자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올 들어서도 가입자가 줄고 있어 이제 케이블TV 가입자는 상승기와 포화기를 거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KBS·MBC·SBS와 같은 거대 지상파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미디어로 꼽히던 케이블TV에 쇠퇴기가 찾아온 것일까.






날개 꺾인 케이블TV 성장세

1995년 개국한 케이블TV는 첫 4년간은 가입자 100만명에도 못 미치며 고전했다. 하지만 2000년대 "다(多)채널 시대" 흐름을 타며, 256만명(2000년)·529만명(2001년)·745만명(2002년)·1140만명(2003년)으로 급성장했다. 이후에도 매년 50만~100만명씩 가입자를 늘리며 국내 최강의 유료방송(월정액을 내고 수십개의 방송채널을 시청하는 서비스)으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CJ·태광·현대백화점과 같은 대기업이 케이블TV 시장에 뛰어들어 지역별로 흩어졌던 소규모 케이블TV업체들을 차례로 인수·합병(M&A), 거대 업체로 성장했다. 태광의 계열사 티브로드가 341만명, CJ의 CJ헬로비전이 310만명(온미디어의 가입자 포함), 현대백화점의 HCN이 135만명 등 대기업들이 전체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케이블TV의 "독점권" 보장이라는 정부 정책이 한몫 했다. 케이블TV는 전국 77개 지역별 허가 사업자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1개 업체만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말 KT·SK브로드밴드·LG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인터넷TV(IPTV)로 유료방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역별 독점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위성방송이 있었지만 케이블TV보다 가격이 비싸, 케이블TV의 대체재로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IPTV업체들은 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과 묶음 상품으로 IPTV를 팔며, 케이블TV 못지않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며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IPTV와의 경쟁과 지상파의 견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

IPTV는 지난달 가입자수 196만명을 기록, 이달 중순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지 16개월 만에 급성장한 것이다. IPTV 1위 업체인 KT는 현재 11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올해 목표를 200만명으로 잡고 있다. KT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최대 주주로, 스카이라이프의 240만명 가입자까지 고려하면, 연말이면 CJ나 태광 못지않은 유료방송의 강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상파방송사들도 케이블TV를 견제한다. KBS·MBC·SBS 등 3개 지상파는 그동안 케이블TV업체들이 자사의 채널을 마음대로 전송해 이익을 챙겼다며 이들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채널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케이블TV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IPTV와의 상품구성,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라서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IPTV에 비해 디지털케이블TV가 채널수(120~130개 채널)도 많고, IPTV에는 없는 인기채널(tvN, 엠넷 등)도 다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독점권"에 익숙한 영업을 해온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디지털케이블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방송채널업체를 홀대하다가는 케이블TV 업계가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고 했다.



성호철 기자 sunghoch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