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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바보상자’...세상만사 이젠 IPTV로 통한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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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kodima   조회수 : 19,671회   작성일 : 0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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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의 어느 날 아침, 식사 준비로 바쁜 주부 김모(48·경기도 일산)씨에게 욕실 쪽에서 남편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 서울 강변북로 교통상황 좀 봐줘요.” 김씨는 거실에 놓인 IPTV를 켜고 채널을 ‘경기도 교통정보’에 맞춘다. 행주대교 인근이 꽉 막혀 있다. 김씨는 남편에게 “시내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다”고 조언한다. 남편과 고교 2년인 딸이 집을 나선 뒤 김씨는 느긋하게 청소를 한다. 예전엔 아침 드라마 방영 시각에 맞추느라 숨 가쁘게 청소를 했지만 이젠 좀 여유가 있다. IPTV에선 지상파 방송 프로라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분량만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KT뉴미디어센터에서 직원들이 ‘메가TV라이브’의 수십 개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KT에 이어 1일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도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재전송을 포함한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성룡 기자]
 

우리나라에도 1일 본격적인 ‘IPTV 시대’가 열렸다. KT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이 지상파 3사의 실시간 전송을 포함한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정부도 이를 국책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김씨 가정의 사례는 업계와 정부의 기대대로 IPTV가 정착된 때를 가상해본 것이다. IPTV로 인한 이 가정의 일상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드라마를 다 본 김씨는 채널을 ‘뜨개질의 모든 것’으로 돌린다. 어제 시청하다 만 부분부터 다시 보려는 것이다. 혼자 간단히 점심을 하려던 김씨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다시 TV를 켠다. 한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가 늘 쓰는 모자를 딸아이 송년 선물로 사주기로 한 것이다.

주문형비디오(VOD) 중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 화면을 재생한다. 이어 진행자의 모자를 리모컨으로 클릭하니 가격과 배송방법, 포인트 적립 방법 등이 뜬다. 유통 마진이 빠져서인지 생각보다 값도 싸다. 김씨는 흐뭇하게 상품 배송 신청을 해놓는다. 내친김에 일산서구청 채널로 들어가 주민등록등본 발급 신청을 한다. 이어 IPTV상의 아파트 부녀회 카페에도 들른다. 양로원 봉사활동 일정이 드디어 잡혔다. 김씨는 가족카페 채널에 접속해 해당 날짜에 새 일정을 기록한다.

그날 저녁, 김씨 가족은 평소보다 일찍 저녁 식사를 마치고 TV 앞에 둘러앉았다. 군 복무 중인 아들과 화상면회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예정된 시간에 국방채널을 택해 리모컨 클릭을 몇 번 하니 아들의 환한 얼굴이 나타난다.

아들은 “다음 주에 첫 휴가가 잡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김씨는 IPTV 노래방을 켜놓고 아들과 함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마침 딸이 책과 노트를 싸 들고 TV 앞에 다가앉는다.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 강사 영어수업이 있는 날이다. 강의를 열심히 듣다가 전용 마이크로 강사에게 질문을 한다. 강사는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답한다. IPTV 강의 덕분에 김씨 가족의 사교육비는 이전의 3분의 1로 줄었다.

IPTV는 채널을 사실상 무제한 늘릴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기업·동호회·가족카페 채널 등을 개설할 수 있다. TV를 보며 화면에 등장하는 물건이나 배경음악 등을 구입하는 서비스도 이미 일부 채널에서 시작됐다. 행정서류 발급, 화상면회, 실시간 교통정보, 양방향 교육 콘텐트 확충 등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년 실시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나리 기자

◆IPTV=초고속 인터넷 망을 활용한 신개념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약자다. 인터넷 특성을 활용한 각종 양방향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인터넷 TV’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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